함박 눈이 내린다
산이며 바다며, 자동차며 나무며,
사물을 나누는 경계를 다 털어내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듯
바지런히,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쉬지않고 떨어진다
나는 따뜻하고 튼튼한 방 안에 앉아
하얗고 까맣게 변한 세상을 바라본다
원래의 색과 형태를 잃고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세상을 바라본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장난을 즐겁게 관전한다
이대로 다 덮여버렸으면 좋으련만
집으로 돌아가는 도로와 하늘길이 하얗게 지워져
하는 수 없이 이곳을 집으로 삼아 머물면 좋으련만
다시는 계절이 순환하지 않아
늘 희고 검은 풍경만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세상은 너의 말처럼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해
푸른 세계는 나를 절망에 빠트리고
붉은 세계는 나를 춤추게 해
너와 함께 하는 붉고 또 푸른 세상을
나는 언제쯤 행복이라 여기며 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