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9, 2017

날씨가 무척 좋았다. 하늘은 모처럼 푸르고 바닷물은 잔잔했다. 햇볕이 살갗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바닷가 바위 위에 누워서 부드럽게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았던 것에 비해 마음은 무척 어지럽고 산만했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이것 저것 손대기만 했다. 의미 있는 그 무엇도 생산해 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마음이 움츠러들면 나는 사람들을 피해 숨어든다. 산드라는 마주칠때마다 자기 삶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털어놓는다.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사람에게는 위로나 격려도 소용이 없다. 나를 끌어내리기만 할 뿐. 필립은 끊임없이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자고 부추긴다. 자신이 늘 새롭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지- 그 또한 계속 듣다보면 지겹게 느껴진다. 마르셀은 나처럼 사람들을 피하는 듯 하다가도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엉뚱한 얘기만 하곤 한다. 이제 이들과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는데, 지긋지긋한 기분이 드는 것이 미안하다. 아마도 움츠러든 마음 때문일게다. 사람들이 싫은 내가 문제인지, 사람들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몸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평안하게 한 뒤, 일찍 잠들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