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30, 2017

비가 내리는 하루였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지만, 새롭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릴 때 만큼은 마음이 편했는데, 그렇지 않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렇게 그리면 정말 멋질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있는 중에, 이렇게만 하면 정말 멋질 것이라는 기대가 들지 않는다. 그렇게 침울한 기분으로 이 아름다운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니, 무언가 잘못된 기분.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 조차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다. 눈을 감으면 보이던 아름다운 형상들은 어디로 갔을까. 눈을 감는 것 조차 두렵고 흰 종이를 보는 것이 이렇게 두려웠던가. 무엇이든 해도 괜찮은, 그런 자유가 이토록 버거울 수가.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