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유로웠던 아침. 해야 할 일들을 내려놓고 천천히. 그림을 그렸다.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 좋은 음악.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 빠져드는 일. 얼마 만인가. 왜 이토록 쉽지 않을까. 방해꾼이 너무 많다. 왜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혹은 왜 나는 그토록 혼자 있고 싶어 하는가. 작업에만 몰두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인가. 사람들과 부대끼기 싫어 도시를 떠난 게 아니라, 그저 월세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도시를 떠나온 것일까. 시골에 오니 이곳의 끈끈함이 부담스럽다. 나는 왜 이토록 엮이기 싫어하는가. 왜 이토록 거절하지 못하는가. 애초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못하면서, 왜 넉살 좋은 척하는가. 누구의 의지도 아닌, 나의 결정과 나의 의지로 살기 위해 결심했으니,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거절에 거절을 해야 할 것이다. 싫은 것은 그저 거절하면 되는 일이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보면,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저 형식적인 맞장구, 예의, 비위 맞추기 등으로만 모두 채워진 그런 대화, 아무런 날카로움도 엿보이지 않는 무디고 그저 그런 대화, 를 듣고 있다 보면,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보다 나은가? 우월한가? 나는 왜 혐오스럽게 생각하는가? 그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그 친구들 가까이 살고 싶다. 그런 친구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는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