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이

2021년 2월 20일 처음 우리 집에 온 방울이. 구조견이라 정확한 생일은 알지 못하지만 가족이 된 날을 생일로 정하여 축해해주기로 했다. 말 못 하는 이 작고 따뜻한 짐승과 함께 한 2년 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얻었고 배우고 있다.

방울이는 우리 가족에게 늘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베풀지만 정작 그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주고 싶고 재미있게 놀아주고 싶은 것은 그저 우리 인간의 욕심일 뿐, 방울이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세계의 다른 생명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토록 단순한 것이라 가르쳐주는 듯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방울이와 함께한 이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매일 빠짐없이 아침저녁 산책을 하게 되었는데, 내 삶에도 그런 규칙적인 일과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강아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내가 어떤 다른 생명에 대해 이렇게 꾸준한 애착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것도 방울이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그 덕분에 나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더랬다. 그것은 어떤 영원성에 대한 신뢰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문득 태국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하던 때에 늘 함께 산책하던 강아지 로션과 페퍼가 떠오른다. 치앙마이에서도 한참 더 들어간 도이사켓이라는 시골마을에 위치한 레지던시에서 나는 석 달 동안 거의 매일 두 강아지와 산책을 했더랬다. 내가 산책을 주도했다기보다 두 개가 안내하는 대로 길을 따라 나섰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 여유롭고 안전한 산책길이 너무도 좋았더랬다.

레지던시를 떠날 때가 되었을 때 그 공간의 주인인 Ong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여기 머무는 동안 붓다의 일생을 그렸고 내 삶에도 그런 살아있는 스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옹은 저기 너의 스승이, 붓다가 잠들어있지 않냐며, 씨익 웃으며 두 강아지 로션과 페퍼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내 인생에 얼마 되지 않는 깨달음의 순간.

아무튼 나는 지금 기르는 이 방울이도, 내가 책임감을 갖고 기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닌, 나에게 찾아옷 붓다이고 스승이며 나와 우정을 나누는 가족이자 동료, 동반자로 여기는 것은 그때의 경험 덕분이다. 부디 오래오래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