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김제 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아버지께 자랑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이게 힘드네 저게 힘드네 소주한잔 기울이며 철없이 하소연 늘어놓고 핀잔도 듣고 싶은 시절. 인사만 드리고 올라오기 허전해서 아내와 담양엘 다녀왔다. 볕은 뜨거웠지만, 곧게 뻗은 대나무 그늘아래 있으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전라북도의 다른 소도시들과는 다르게 어딜가나 여유롭고 단정하고 깨끗한 거리가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던 담양. 소쇄원 광풍각에 드러누워 한참 더위를 식히고 죽녹원으로 가 해질무렵까지 걸었다. 울창한 녹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탓인지- 지쳐있던 마음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이 신기했다. 며칠 전 아트페어를 관람하고는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잔 것과는 다르게도- 뽐내지 않는 자연은 참 좋은 구경거리. 예술은 자연을 닮아 좀 더 뽐내지 않고 있음을 닮아야 하는 것일까-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전라남도 여행하고 왔다고 하니- 남원을 여행하고 온 줄 아신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친할머니께서 남원 출신이라고 얘기하시는데 처음 들어본 얘기였다. 그제야 김제 출신인 아버지의 냉철한 성품과 남도 출신인 어머니의 푸근하고 여유로운 성정이 좀 더 잘 이해가 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