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3, 2024

다시 오 년 만의 베를린. 그때는 도망치듯 와서 다시 도망치듯 떠났지만, 지금은 다른 마음. 내가 좋아하는 이 도시를 다시 아내의 눈으로 함께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파리에서도 그랬지만, 마치 내가 즐겨 읽었던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상대방도 꼭 같이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아내도 베를린과 사랑에 빠지길 바랐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 날부터 맑게 갠 하늘, 깨끗한 공기, 아직 넉넉히 온기를 전해주는 가을 햇살 덕분에 도착한 지 이틀이 되어서도 마냥 좋기만 했다. 이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함께 계획하고 고생한 지난 몇 달간의 일들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아침에는 시민공원에서 달리기를 하고 뵈스너 화방에 들러 처음 보는 미술 재료들을 신나게 주워 담았다. 숙소가 있는 콜비츠슈트라쎄에 열린 주말 장터에서 이것저것 집어먹고, 저녁에는 나의 오랜 친구 필립을 만나 저녁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마음의 평온과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는지를 얘기했고, 고양이와 예술에 대해, 음식과 사랑, 정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도 나도 오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전과는 다른 삶을 바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은 아직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예전에도 와본 적 있는 카피탈리스트 바에서 기분 좋게 모스코뮬을 마셨다. 다시 찾은 베를린. 이번에는 도망쳐 오지 않았으므로, 다시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