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도 한군데 둥지를 틀고 정착하나 싶었는데, 여전히 2년 단위의 이주 인생. 한군데 머물러 사는 것은 내 사주에 없는가보다. 가축들 먹일 풀 찾아 떠도는 유목민처럼, 권태를 느끼며 풀썩 주저앉은 정신에는 호기심을 던져주고, 허기를 느껴 이리저리 킁킁대는 감각에는 긴장감을 먹잇감으로 던져주려, 우리는 떠난다. 그런 결정들을 하게 만든 일련의 운명적 계기들과 우리의 결정들을 순순히 도와주는 우연적인 사건들이 너무나도 신비롭기만 하다.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양도할 것은 양도하고, 또 부탁해야 할 것들은 정성을 다해 부탁하느라 바빴던 9월. 우리가 정한 목적지를 향해 흔들리지 않고 함께 해 준 아내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