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에서의 하루하루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다. 낯선 곳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 적절한 동선과 괘도를 찾아가는 서로의 적응력을 칭찬한다. 어머니에게 맞춰진 것도 아니고, 방울이나 까망이에 맞춰진 생활도 아닌, 오로지 우리 자신만을 위해 엮어나가는 하루. 규칙을 세우고 맞지 않는 것은 조금씩 조정해 나간다. 함께 해서 좋은 것은 둘이 함께 세운 계획과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응원해 주고 칭찬해 줄 수 있기 때문.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지켜봐 주고 서로 믿음을 실어 주면 불가능한 것이 없을 것만 같다.
생활이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그동안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던 불안을 좇는 마음이 어느새 고개를 내민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길을 잃은 듯한 기분과, ‘멋있는 그림을 그려야지-’ 하는 탐욕스러운 마음이 이리저리 뒤섞여 안절부절 불안을 조장하였다. 그런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의미로 주말여행을 계획했다. 아내가 흔쾌히 허락해 줄 것을 알고 있었기에, 먼저 가자고 한 내가 책임지고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야 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이백 오십 킬로미터 쯤 떨어진 곳, 기차로 네 시간쯤 가야만 했다. 소질은 없지만 얼기설기 계획을 세우고 조금 우왕좌왕 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프라하 구석구석을 구경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구시가지 가득 들어찬 인파를 뚫고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와 성비투스 대성당까지 이름난 관광지들을 손잡고 천천히 돌아다녔다. 파리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도도하지 않고 소탈한 성격이어서 좋았다. 낮에는 조금 꾀죄죄해 보였지만 밤에는 노오란 나트륨등, 가스등이 도시를 더욱 고색창연하게 물들여 아름답게 빛났다.
프라하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내가 오로지 관심 있던 것은 카프카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였지만, 그의 소설 속에서 묘사된 도시의 풍경들, 낯선 이름들, 깊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을 보니 그의 단편소설 속을 걷는 듯했다. 의도치 않게 들른 카프카 서점에서 나는 개와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천가방을, 화란은 카프카의 문구가 새겨진 천가방을 구했다.
‘I AM FREE THEREFORE I AM LOST‘
자유롭기 때문에 불안이 곁에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