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무는 숙소는 라이프치히 도심에서 서쪽으로 이십 분쯤 떨어진 곳이다. 이 도시는 가운데에 강이 흐른다기보다, 작은 하천이 흐르고 거대한 공원이 도시의 동쪽과 서쪽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도시를 이동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크고 작은 숲과 공원을 지나서 가게 되는데, 도로 가운데로 노면전차가 다니고 또 폭이 좁다 보니,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지나가도록 교통체증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당연히 공기는 맑고 거리는 깨끗하다. 자전거 앞뒤로 아이들 두어 명을 태우고 다니기가 다반사며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법한 아이들도 아장아장 자전거를 곧잘 탄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뺨에 빨갛게 핏기가 돌아 건강해 보인다.
달리기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 길어졌다. 이곳의 달리기나 서울 달리기나 마음가짐에 따라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이곳에서 달리기할 때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서울에서는 달리기를 하다 마주 오는 러너를 만나면, 눈을 마주칠까, 시선을 피할까, 아니면 아예 무시하고 달릴까 늘 고민이 된다. 괜히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위아래로 흘겨보며 내 주법을 평가한다거나 착장을 체크하는 기분이 들어서 신경이 쓰인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레드에 가 보면 주법이 어쩌니, 심박수가 어쩌니, 브랜드가 어쩌니 말들이 많다. 나는 그저 달리는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인데. 아무래도 그런 말들이 많으니 신경이 쓰인다. 아마도 그래서 늘 혼자 뛰는 것을 선호했던 것 같다.
이곳 사람들도 물론 착장을 따지고, 킬로미터당 속도를 따지고 케이던스를 재고 하겠지만, 내가 만난 라이프치히 러너들은 적어도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일단 아침에 부랴부랴 대충 춥지 않을 정도로만 주워 입고 나온 — 독일인들의 평상복도 그러하지만 — 듯한 복장으로 설렁설렁 뛰는 모습에서부터 무척 정감이 간다. 처음에는 마주 달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서울에서처럼 눈을 피하거나 바닥을 보고 달렸는데, 조금 익숙해지니 다들 눈을 마주치려고 시선을 던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손을 살짝 들어 인사를 건네주는 일을 몇 번 겪게되었다. 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고 나니, 마주 달려오는 사람들이 반갑게 느껴지고 나도 선뜻 먼저 인사를 나누게 되고 아침 달리기도 더 즐겁고 상쾌한 경험이 되었다. ‘너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을 텐데 달리기 하러 나왔구나!’ 하고 반겨주는 것만 같다.
살아가며 마주치는 사람들 끼리도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 말없이 자연스럽게 응원의 메세지를 나눌 수 있다면 팍팍한 하루도 그럭저럭 견딜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