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가족들에게는 낯설기만 했던 이름의 도시에서의 두 달여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늘은 무얼 사다 먹을까, 냉장고 속 재료들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비워낼까-하던 고민은 그만하고 오늘은 불쑥 벼르던 프렌치 레스토랑엘 갔다. 파이널 쇼의 작품도 걸었고, 오전에는 작업실에 펼쳐둔 그림과 재료들을 모두 정리하고 오던 길이라 괜히 마음이 헛헛하기도 했다. 진즉 이렇게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할 걸- 너무 아꼈나 싶다. 오랜만에 좋은 와인에 좋은 음식을 앞에 두고 프렌치 스타일로 세 시간 넘게 흡족한 저녁을 먹었다.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당신이 없었다면 그런 날들도 없었을 것-이라고 아내에게 고백하였다. 내가 그리던 그림은, 당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 관한 그림들이었다-고 말했다. 아마도 몇 년이 지나도 이곳과 비슷한 공기를 맡으면 금세 선명하게 떠오를 것 같은 온전한 저녁이었다. 이제 또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