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2, 2024

라이프치히 레지던시 생활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베를린. 두 달 전, 베를린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긴 여정을 앞두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이 도시를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였다. 그 두려움은 아마도 낯선 사람들의 시선이나 낯선 외국어가 아니라 고양이도 강아지도 없이 우리 둘만 뚝 떨어져서 과연 잘 생활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 서로 지치지는 않을까, 싸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두 달 동안 지내며 알게 된 것은, 우리는 가끔 지쳐도 괜찮고 또 가끔 다투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불안은 자연히 해소되고 우리 사이에 믿음과 사랑이 한층 더 굳건해진 듯하다. 그렇게 단단한 마음으로 돌아온 베를린의 겨울은 역시나 차갑고 우중충해 보이지만, 우리는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도시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도시에 어떤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지어지는 집이 얼마나 단단한 지반 위에 지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환기가 잘 되고 또 단열이 잘 되어 따뜻한지-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 마음에 지어진 집이 좋으면 어디라도 괜찮을 것이다. 라이프치히에서 지난 두달 동안,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카를-하이네-슈트라세를 지나 작업실로 향할 때,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아내의 씩씩함을 사랑한다.
우리는 또 다른 도시로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