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9, 2024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며 모든 짐을 컨테이너 한 대 분량으로 구겨넣었어야 했기에, 그동안 이고 지고 다니던 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 일단은 가지고 있기로 했는데, 더는 무게가 나가고 자리를 차지하는 책은 사고 싶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꺼내어 들춰보고 연구하거나 인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서는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읽지 않은 책의 무게까지 생각하면 책장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 지경.

상대적으로 심심한 도시에 와서- 소셜미디어의 가십이나 뉴스가 아닌 뭔가 다른 읽을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전자책을 읽기로 했다. 이왕이면 영어로 된 책을 읽어보자, 하고 어느 유튜버의 추천 도서를 다운로드 했다. 최대한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 위주로 추천해 준 목록이었는데, 그 중 처음 완독한 책이 미국의 젊은 작가 콜린 후버의 소설 ‘Verity’였다. 아무런 기대도, 스토리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현대 소설이라면, 아멜리 노통브나, 얼마 전에 작고한 폴 오스터의 소설을 즐겨 읽었던 기억이 있다. 후버의 소설도 그들의 책을 읽을 때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들의 작품보다 덜 진지하고, 더 가벼웠다. 하지만 대중적인 성공으로 따지자면 후버가 좀 더 나은 듯 하다.

예전에도 소설보다는 인문 서적에 익숙하고, 소설을 읽더라도 고전 위주로 읽었었다 보니, 그녀의 소설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문장에 어떤 특별한 힘이 느껴진다기보다. 반전과 스릴이 있는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데에 특기가 있는 작가인 듯했다. 요즈음 스트리밍 시리즈를 보는 듯한, 혹은 그것을 염두에 둔 듯 한 자극적인 내용의 소설. 아내에게 농담삼아 삼 분의 일은 섹스, 삼 분의 일은 공포, 나머지는 스릴러로 채워진 소설이다-고 할 정도로, 재미에 충실한 소설이었다.

나에게 첫 영어 원서 완독 경험을 선물해 준 책이므로
별점 ⭐️⭐️⭐️ 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