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8,854 km 떨어진 런던에서 맞이하는 새해. 독일과 미국에서의 레지던시 생활을 계획하며 중간 기착지로 런던을 넣은 이유는 딱히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말 그대로 가는 길에 있는 대도시였기 때문이었다. 화란도 나도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에는 젬병인 것은 알았지만, 연말을 런던에서 보내고자 하는 관광 인파가 이토록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옥스포드 서커스 근처에 숙소를 잡고 소호와 코벤트가든의 유명한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둘 다 병이 나고 말았다.
마지막 날엔 한국 슈퍼마켓에서 사 온 재료들로 두부김치와 만두를 쪄먹으며 2024년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사진첩을 넘겨보았다. 우리 참 대견하다- 참 잘했다- 수고했다- 서로 다독이며 우리가 없어도 잘 지내는 가족과 동물들을 그리워하였다. 또 내년 이맘때 우리는 어디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될까.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 즐겁고 애틋하다. 2025년에도 그렇게 우리답게 설레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