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꽃을 찬미하는 온갖 노래와 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봄 꽃축제를 전하는 뉴스, 그런 것들을 보고 들어도 어릴 적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꽃다운 나이였기에, 스스로 피어나는 중이었기에 꽃이 피는 일에 무얼 그리 호들갑인가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 사진을 찍고, 꽃을 배경으로 자기 사진을 찍는 일은 뭔가 어른들의 일로만 여겨졌는데, 이제는 나도 꽃을 좋아한다. 여기저기 터지는 꽃망울을 보며 비로소 나도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켜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달까. 아내와 함께하기 시작하며 이제서야 삶의 리듬, 주기같은 것들이 잡혀가는 것 같다. 이제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막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일들을 어서 시작해야 할 것만같은 초조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런 시절이다. 아이고, 이제 시작되어 버렸네! 하고 읏챠! 하는 기합 소리를 내며 일어나야 할 것 같은 그런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