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의 열흘 정도 휴가를 끝내고 뉴욕으로 간다. 도시는 어떤 면에서 사람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매일 다른 경험을 할 때마다 다른 감상과 감정을 갖게 된다. 어떤 날은 수많은 관광객과 비싼 물가에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작고 예쁜 상점들이 모여있는 골목을 발견하면 또 도시에 대한 경계심이 풀려버린다. 그러다 이곳에 오래 살아온 친구를 만나 도시를 경험하면 그들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게 된다. 오래 살아서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 친구를 만나면 도시가 갑자기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또 이제 막 정착한 친구를 만나면 도시가 흥미롭게 보인다. 언제든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얘기하면 나도 어서 탈출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뭐, 섣부르게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 것처럼, 도시의 일면만 보고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될 일이지만, 나는 그저 그때 느껴지는 도시의 인상을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설령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더라도. 사람도 만나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하며 친해지는 것처럼 우당탕 미워하고 또 좋아하며 친해지는 느낌이 좋다. 아무튼 이번에 런던을 방문하기까지는 런던이 미웠지만 이번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또 좋아하는 친구들이 함께 해주어 도시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또 보자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