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가슴에 난 공허
그것을 네가 내게 보여주었던 날
나는 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 커다란 구멍이 네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보여주는
자랑거리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너의 가슴에 나 있었다던
그 구멍이 나는 좋았다
우리가 하나같이 어떤 색色에 집착한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하나같이 가슴 속에
그런 둥근 결여를 품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더 강한 유대를 느꼈다
그 동그란 여백은 우리의 몸 어딘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딱 그만한 크기의 자유와 속박을 새겨놓았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너와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너의 구멍 가장자리에서는
여름날 소낙비에서 맡을 수 있는
옅은 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나에게도 그런 구멍이 하나 있어- 하며
내 구멍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