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완 我玩 / Mind collector> 전시에 부치는 글

나의 마음은 강가에서 주어 온 돌 같습니다. 어딘가는 닳고 닳아 반들반들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느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올라 까슬까슬 만지면 생채기가 날 듯 위험해 보입니다. 나는 그렇게 내 마음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만져보기를 좋아합니다. 돌 표면에 그려진 겹겹의 무늬처럼, 내 마음에도 다채로운 시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돌처럼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마음은 변화하지 않아 안전하지만 오래 보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는 물을 바라봅니다.

나의 마음은 물 위에 비친 달빛과도 같습니다. 틀림없이 하나인 것에서 출발한 불빛이 출렁이는 물결에 따라 무한하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마치 마음이 변화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무한하게 변화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엇을, 나의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을 갖게 합니다. 파도가 바람과 땅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것처럼, 나의 마음도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파도에 깊이 있게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끝없이 변화하는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틀림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을 관찰하다 보면 또 멀미가 나기 마련입니다. 나는 그래서 나의 마음을 돌처럼 보기도 하고 물처럼 보기도 합니다.

나의 감정을 홀로 바라보는 일이 따분하게 느껴지거나, 어지럽게 느껴질 때, 나는 사려깊은 다른 감상자를 초대합니다. 나와는 다른 미감으로 어둡고 밝은 다양한 마음을 수집해 온 또 다른 마음 수집가, 마음 관찰자를 초대합니다. 그와 함께 내 마음을 바라보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 잘 보이는 곳에 그려진 멋진 무늬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잘 보이지 않는 귀퉁이에 난 못생긴 돌기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도, 그 세심한 감상자는 적절하게 칭찬해주고 또 격려해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반짝이는 것에 정신이 팔려 풍덩 빠지려 할 때에는 소매를 꽉 붙들어 줄 것이고, 흔들리는 이미지를 쫓다가 한없이 떠내려갈 때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좌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