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나는 당신과 관계를 맺으며 가장 큰 고통을 맛보고 또 가장 큰 기쁨을 맛봅니다. 당신에게 다가가는 일은 당신에게서 멀어지는 것만큼이나 나에겐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막상 당신에게서 벗어나 홀로 있을 때, 내가 겪게 될 따분함과 허무에 비하면 당신 곁에서 당신이 내게 주는 단맛과 쓴맛을 맛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쉬이 알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 있게 당신을 향해 나아갑니다. 당신에게 걸어 들어갈 때, 당신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는 어쩐지 항상 길을 잃고 맙니다. 나로부터 당신으로 이어지는 길 어딘가, 나와 당신의 경계가 희미한 그곳은 무척 신비롭기 때문입니다. 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한 그 미묘한 틈새에서 나는 사랑을 발견하고 파멸을 발견합니다. 그 사랑과 파멸은 각기 다른 빛을 내며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고 변화시킵니다. 그렇게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닌 흐릿한 경계에서 헤매다 보면 나는 어느덧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곳에서 내가 좇는 것은 나의 욕망이 아니며 당신의 욕망도 아닙니다. 나의 의지와 당신의 의지가 포개어져 있는 그곳에서는 ‘나의 것’, ‘당신의 것’은 의미가 잃고 사라져버립니다. 나와 당신이 중첩된 그곳에서 나는 그래서 커다란 공포를 느낌과 동시에 커다란 자유를 느낍니다. 나를 잃어버림으로써 드디어 나는 나의 한계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것이 무한할 것이라 믿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에게 신비를 체험하게 해 주는 당신에게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