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anet

머리 꼭대기 위에서 검고 무겁게,
아버지와 형의 목소리처럼 오래되고 묵직한 목소리,
거창한 내 이상과 그에 따라 결정된 규칙과 의무
들이 세상이 놓인 땅위로 자꾸만 눌러댄다.

그것 아래에는,

아주아주 가볍고, 투명하며, 그어떤 외압에도
즉시 반작용하는 뜨겁고 말랑거리는 그 무엇이 있다.

처음엔 그랬으나
이젠 조금 혼탁해지고, 조금 차가워지고, 조금 딱딱해져서
이젠 두드리거나,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일뿐이다. 너무 딱딱해진 곳은 곧잘 부러지기도 하는데
그 부러진부분은 뾰족하게 도드라져 보기 흉하기도 하며
가끔 다른이에게 빨간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무겁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만 날개짓하며 날아가려고 한다.

왜 한쪽은 떨어지려하고 한쪽은 날아오르려 하는지.
왜 그 두가지가 이 좁디 좁은 하나의 몸안데 붙어있는지
알수 없다.

일치될순 없는걸까? 그 두가지가 한쪽을 택할수 있다면
훨훨 날아가던지, 아니면 무겁게 가라앉던지...
지금보단 좀 더 간단하고, 시원할 것 같은데...
그렇게되면,
생각지도 않은 일을 저지르지도 않을 것이고.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해야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나는 자꾸 날개짓을 하려한다.
머리 위에서는 자꾸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고
당연함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뜨겁고 가벼운 몸짓으로
또다른 당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하나의 행성이 외압과 내압을 견뎌내듯
나라는 이름의 하나의 행성이 뜨겁게 불타며
겨우겨우 외형을 유지하려 애를 쓰고 있다.

세상사람 모두가 이러한 아슬아슬한 극과극의 구도를
이루고 살아간다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내안의 두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의지가 있지만
보여지는 결정사항은 결국 '나'라는 존재가 내린
결론이 되어버리는데. 그게 참 무섭다.

한쪽에서는 분명 극단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나
다른이게게 보여지는 나의 결단은,
결국 하나의 의지로서만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건
그래서 어렵고,
또 내가 선택한 그 어떤것에대한 책임을 진다는것도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나와 다른 또다른 어떤이와 교제한다는건 더더더욱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