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e geht?

행복해- 라고 믿고 있더라도 '행복해-' 라고 말하는 것에 인색한 만큼.
아주 아주 아주 가끔은 '힘들어-' 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진다. 서글프고 이상한 일이지만 그럴 때 일수록,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괜찮습니다-. 아무 일 없습니다.' 라고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오래전 일이지만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내리는 장면을 밤새도록 하염없이 지켜보던 것이 생각난다. 단 몇 시간 동안 몇 천명의 삶이 부서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하염없이 땅끝으로 붕괴되는 그 모습이 얼마나 황홀했었던가- 라고 그 누가 고백한 적 있던가? 그 곳에서 희생된 이천여명의 죄 없는 이들과, 죄 없는 그들의 가족들 모두에게 비밀로 할 수 있다면 조용하게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먼지구름 사이로 건물의 파편들이 끝없이 바스라지며 햇빛에 반짝이고, 철골 구조물이 서로서로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며 서서히 무너져내리던 그 모습이 얼마나 황홀했는지를. 원래 누군가가 먼저 고백하고 나면- 그 다음 사람이 긍정하기는 한결 수월한 것이다.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런 붕괴의 미학. 조금 억지스럽지만, 관조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의 붕괴도 아름다울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두렵다- 어느 순간 힘없이 삶을 놓아버리고 관조하게 될까봐. 아무런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새벽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런 가설을 세우고 불안해 하는 일이 조금 우스운 일이지만. 아주 아주 가끔 '힘들어-' 라고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 하고 싶을 때면 참 두렵다. 나라는 녀석은 삶이 외롭다거나 힘들다 해서 쉽사리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투정을 부리지 않을 인간이고, 게다가 스스로에게조차 동정 받거나 위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파이트클럽의 에드워드 노튼 처럼- 그의 가장 소중한 모든 것들을 TNT로 날려버리고 나서 거리를 헤멘다거나- 리빙 라스베거스의 니콜라스 케이지 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고하고 남은 생을 알코홀릭으로 보낸다거나- 폴 오스터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소진해 버린다거나- 앨리엇 스미스 처럼 거의 다 레코딩된 앨범발매를 앞두고 자기 가슴팍을 칼로 두번 찌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글쎄 한 서른 넘어서도 삶이 이딴식으로 지루하다면 모를까.

Es ge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