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우시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스스로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기능을 수행하던 강한 신념이
어떤 일을 계기로 무기력해졌다.
스스로의 어떤 가치- 앞에서 늘상 부끄럽기만 한 의욕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무기력해졌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어떤 일' 이라는 것은 없다.

신념이든 의욕이든 간에,
뭔가 무너져버렸다거나, 파괴되었다기 보다는
유실되어 잃어버렸다- 라는 이미지가 더 어울린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내가 나 자신에게조차 존재감이 없다는 느낌.
마치 배역과 대본을 잃어버려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배우가 된 것 처럼
낯설고 불쾌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