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Real

Fishmans의 Long season을 듣고 있다보면
식물 처럼 다른 방식으로 호흡하게 되는 기분이랄까
멈춰 서서 더이상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처음엔 무심코 듣다가 어느 순간 몬테키의 드럼 솔로가 시작되면
나중에 사토오 신지의 목소리가 들리기 까지 약 10분 동안은
언제나 그 부분에 빠져든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관심이 있다
라는 사토오 신지의 말은 참 멋있지만
노래에 지루함을 표류시키고 싶었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회사를 그만둔 덕분에 메신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으면서 -정말 좋아요- 라고 이야기 하거나,
힘들게 -싫은데 어쩌죠- 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은데,

더블샷 아메리카노가 평소 보다 깊고 진해서-
오늘은 정말 맛있어! 라고 시시한 감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거나
듣고있던 long season을 13:27초 까지 휠을 디디리리릭- 돌려서
제발 눈 감고 한번 들어봐봐봐. 라고 강요하고 싶다거나할 때엔 좀
싫다.

돈을 좀 더 모으기 위해 회사를 나가야 할지도 모르니 딱히 좋다고 할 수도 없고, 커피도, 휘시만스도 애초에 혼잣말로 충분할테니 딱히 싫다고 할 수도 없다. 좋은 건 너무 좋아하지 않기 위해 적당히 니힐리스트가 되어버리고, 싫은 건 또 너무 싫어하지 않기 위해 적당히 옵티미스트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너무 잘 컨트롤 하는 나머지 지루하다.
그래서, 휘시만스가 좋나보다. 조용한 real 이라던가.
그러면, 내일은 홍대앞 空中キャン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