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친구를 만나는 일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런 것이다.
아니, 이런 것이어야 한다.
<안녕>
아무 것도 버릴 것 없다는 듯, 빈 목소리로 그가 나에게 인사한다.
그의 허전한 첫 마디는 많은 것들을 암시하는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염두해두지 않고서, 나는 그의 인사를 받는다.
<안녕->
어쩌면 조금은 가볍게- 하지만 지나치게 반가운 기색 없이
조금은 느리고 차분하게, 그렇게 말한다.
반가워-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와 만나지 못했던 시간보다 그와 함께 있었던 날들이 내게 더 생생하니까.
잘 있었어? 라고 물어보고도 싶기도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잘 있었던 만큼, 녀석도 잘 있었으니 서로를 찾지 않았겠지.
연락을 하기 싫었던걸까? 따위의 생각은 집어치워야 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일 없었던 것일까?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정말 잘 지냈던거야?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냥 슬며시 오른손 위에 턱을 기대고 가만 생각해본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 말은 대단한 무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도 않은 고민들을 애써 즉흥적으로 지어내게 만들면 안되니까.
보고싶었어- 라는 말은 거짓말 같지 않은 미소로 대신한다.
정말로 보고 싶었다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 만날 수 있었을테니까.
바빠서 어쩔수 없었다는 푸념를 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게 한 10분 쯤은,
서로에 대한 쓸데없는 의문과, 지나친 호기심이 가라 앉도록
그렇게 차분히 앉아서 서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아무말도 생각나지 않아서 조금은 곤란을 느낄 때 까지.
아- 그 순간을 우리가 참아낼수만 있다면!
우리가 잘 알던 음악이 어디에선가 흘러 나올것이다.
아마, 그 다음 10분 동안은, 큰 소리로 웃을 수 있겠지.
밤이 새는줄 모르고 떠들어댈 수 있겠지.
영원, 이라는 한마디 말, 아니 그 관념은-
우리를 언제고 위험에 빠뜨릴 준비가 되어있지만,
우리는 그 관념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대범함이 없다.
항상, 그 한마디 말, 아니 그 관념 때문에 우리를 잃고만다.
사랑이라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관념만 남기고 사람은 잃어버리고 마는 것처럼
영원이라는 관념만 남고, 너를, 우리를 잃어버린다. 영원히.
우리는, 정말. 영원- 한 누군가를 위해.
10분 동안 말하지 않을 수 있는 무덤덤함을.
10분 동안 웃을 수 있는 숨겨둔 쾌활함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참. 그 전에,
우리는 우리를 미소짓게 만들수 있는
결정적 BGM을 가져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