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 ist kraenklich

자기 자신의 생에 대해 만족해 하며 늘상 자기 자신은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혹은 혼자서도 뭐든 잘 헤쳐갈 것 처럼 무슨 일에나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대할 때에 느껴지는 감정은 미묘하다.

거절할 수 없는 질투심과 함께 그의 자신감과 성공 따위를 곁에서 공유할 수는 없을까 하는 비굴한 기생심리가 공존하는 경우.

감추어진 채 '넌 참 잘났구나' 라는 식의 빈정거림과 '넌 참 훌륭하구나' 라는 식의 입바른 소리가 공존하는 경우.

A와 B가 공존하다가, 어느 순간 그에 대해 냉담해지고 무관심해져야 겠다는 다짐 따위가 생겨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이기주의자'는 배척 되어져야 할 부류로 취급되고, 그의 힘에 지배받는 입장에서 많은 동정어린 이야기들이 생겨나지만, 오히려 재미난 일은- "이기주의자" 혹은 "이기주의를 실천하겠다고 천명한 자" 그 자신의 감정이 좀 더 복합 미묘해지기도 한다는 사실이다.위에서 이야기한 A, B, C의 경우를 따져 봤을 때 우리의 이기주의자가 생각하기에 A의 상황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B의 빈정거림 역시 입바른 소리- 만 골라서 믿어버리는 수고를 한다면 참을만 하다. 그렇지만- C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 속에서 무스타파 몬드가 야만인의 장황한 요구에 대해 한마디로 일축 했던 그 장면에서 처럼 "마음대로 하게" 라는 말로 이기주의자에게 내려질 수 있는 '무관심' 이라는 징계 조치는 A나 B의 경우 처럼 단순히 뻔뻔하게 넘겨버릴 수 없 는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기주의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에 순수하게 '모든이의 관심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은' 것 그 자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이외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에도, 도움받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보존하고자 하는 이유에도, 혹은 그 이외에 강한 자아를 갖고자 하는 그 어떤 다른 이기주의 노선에도 세상으로 부터의 무관심이라는 종신형을 받는 것에 대한 대책은 없다. (없다 라고 단정지을 자신은 없지만)

다른 어떤 나약한 감성들로부터 강해지고자- 다시한번 이기주의를 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김대현씨의 머리 속에는 오늘도 자꾸만 무스타파 몬드씨의 '마음대로 하게-' 라는 말이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