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빛,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 같은걸 바라 본 게 언제였던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나 달을 바라볼때면, 그 생김 탓이겠지만, 어떤 하나의 거대한 '눈'을 상상하곤 한다. 그 거대한 눈에서는 감정을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너무나 우월해서 한없이 너그러울 수 있고 또 그래서 한없이 무정한 그런 느낌이랄까.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내가 '바라본다'기 보다는 '보여지고 있다'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 절대적인 시선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모처럼 내가 나와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헐거운 느낌 없이 내가 나에게 꼭 맞는 것 같은 쾌적한 기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뭔가가 되고 싶고, 되어야 한다는 그런, 강박적인 명사로서의 내가 아닌, 그냥 그대로 '있다'고만 말해도 좋을 그런 동사로서의 느낌. 축축하고 습한, 의심많고 연약한, 타자들의 시선이 말끔하게 멸균된 듯한 그런 보송보송한 느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