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觀光이라는 말은 참 아름답다. 말 그대로 반짝이는 것들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빛나는 아름다운 것들은 말없이 그저 걷기만 하는데에 더없이 아름다운 구실이 되어주었다. 그 아름다운 구실조차 필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어느 시점엔가는, 그저 그렇게 빛나는 것들을 바라보는 두 눈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나는 그러니까 보는 장치를 이고 다니는 어떤 관광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나의 관광觀光에는 순진하고 음흉한 의도가 있었다. 외로워지면 스스로 견디다 못해 어디엔가 감추어 두었던 무엇인가를 꺼내어 보여줄 것이라 믿었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걷다보면, 고문을 이기지 못해 봉인된 그 무엇인가가 미끄덩 하고 쏟아져 나올거라고 믿었다. 감춰지고 봉인된 무엇인가가, 어디엔가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한편으로는 그 어디인가 하는 지점을 어느 순간에 잃어버린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어느 순간을 되찾아 줄 어딘가가 존재할 것이라 믿었다. 나의 관광은 스스로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협박이자, 스스로 발견하기 위한 탐험이었다.
하지만 협박은 전혀 먹히지 않았고, 탐험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 뒤섞인 채 함축되어있는 시간과 공간을 다시 풀어헤쳐 펼쳐놓고, 마치 처음 들어선 것처럼, 마치 처음 맞이한 것처럼 울거나 웃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건 정말 웃기고 슬픈 이야기일테니까. 문득 죽거나 아직 살아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었다. 나도 이제 그냥 지나가며 관광觀光하는 객客일 뿐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