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릴 수 없는 마음. 마음은 여기에 있다. 노자며 장자며, 석가모니며, 아무리 읽어도 이 마음은 해체할 수 없는 검고 단단한 외계 운석처럼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어, 나는 머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공자가 우주에 대해 입을 다물 듯, 너희들도 외계 운석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
물 같았던 때가 있었다. 뜨거움을 만나면 증발해버리고, 차가움을 만나면 얼어붙었다. 물길이 바뀌면 나도 방향을 바꾸고, 갈림길을 만나면 주저함 없이 양행하였다.
잘 모르기에 망설이며, 잘 모르겠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너무도 잘 알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며 또 그래도 괜찮았기 때문일 터.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은 나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나의 직감은 영영 물 그대로 남아 있으라 한다. 하지만 물로 남으라 하는 명령은 물로서 할 수 없는 명령이기에, 그대로 흙이 되거나 공기가 되어버려야 하는 숙명을 사랑해야 하려나.
예측 불가능한 삶 위에서 하지만 되도록 예견할 수 있는 것들만 준비해 놓고 몰랐던 것인 양, 놀라고 마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삶으로의 이행은,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 만큼이나 나를 두렵게 한다.
확실한 것은 죽음 뿐. 죽음은 언제고 찾아온다. 하지만 아무도 죽음을 경험한 적 없다. 나 역시 확실하다는 소식만을 가끔 듣는다. 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은 예측 불가능한 삶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부질없는 연극일 뿐. 그 누구도 사실 지금 죽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