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아침

섬이 처음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다. 

지각이 처음 우르르 흔들릴 때, 바닥에 엎드려 세상이 무너질 듯한 공포감에 떨며 살려달라 빌고 싶다. 바닷속 깊은 곳 벌어진 틈으로부터 지구의 뜨거운 숨이 솟아오를 때, 그것에 심하게 데어, 비명을 지르고 싶다. 끓어 넘치던 뜨거움이 성난 모습 그대로 굳어져 갈 때, 그제야 차분해진 지구의 온기를 느끼며 상처를 위로받고 싶다. 

검게 식어버린 화산섬을 처음 발견한 갈매기가 흥분에 찬 날갯짓으로 섬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을 만큼 안전해지면, 나는 섬의 한가운데로 걸어가 바람을 타고 뭍으로부터 날아올 씨앗을 기다리고 싶다. 앞으로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될 그 소중한 씨앗이 첫 떡잎을 틔워낼 수 있을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 모든 이야기의 시작,

자연이 그 섬에 뿌리를 내리는 일을 지켜보고 싶다.

그렇게 비로소 시작될 섬의 아침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