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나는 네가 나에게서 달아나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네가 지금 있는 그곳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나로부터 가장 먼 곳이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 너머는 네가 숨을 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네가 은신하고 있는 그곳이 우리가 처한 세계의 가장자리이자 끝임을 너도 잘 알 것이다. 갈 곳이 없어진 너는 곧 네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이지 않아도 나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느낌을 주는 모든 존재는 나의 것이며 나의 소유물은 언제나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만 한다. 나의 소유물로서 나에게서 벗어나려 한 너의 죄를, 너의 존재가 발각되는 그 즉시 벌할 것이다. 너는 나의 소유물 중에서 나로부터 가장 멀리 도망칠 수 있는 존재인 데다가 도망치는 일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여, 나로서는 너에게 가장 가혹한 벌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우선 바람이 너를 갈기갈기 찢어놓도록 명령할 작정이다. 바람은 물론, 내가 세상을 잡아당기는 힘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너를 수억 개의 조각으로 부수어 놓을 만큼의 힘은 가지고 있다. 너는 그렇게 조각난 채로 공중에서 사방으로 내팽개쳐질 것이다. 수십 년을 헤매고 다녀도 너의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을 만큼 너는 분해되어 여기저기로 흩뿌려질 것이다. 네가 다시 내 손아귀에 들어오기 전, 나는 너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한 번 더 안겨줄 것이다. 바람에 유린당한 너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워, 너를 탐하던 내 모든 소유물에 한 번씩 너를 맛볼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면 너는 구역질 나는 그들의 내장을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너는 그들로부터 한 번 더 버려진 다음, 바닥을 기어가며 내 몸 구석구석을 핥아 더러운 때를 말끔히 씻어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 모든 존재를 기꺼이 품고 있는 자비로운 땅인 내가 호시탐탐 탈주를 모의하는 너, 물에게 내리는 형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