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처럼 박혀있는 ‘너’라는 그 관념을 뽑아버려. 너 아니면 누구도 뽑을 수 없어. 그 점의 위치는 너밖에 모르거든. 그러면 그 아래 너와 선으로 쭉 이어져 있던 기억들이 따라 나올 거야. 개개의 너를 만들어낸 기억들은 잠재적인 무의식 저편에 끈끈하게 고정되어 있거든. 당기다 보면 그 기억의 끝자락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파 올 거야. 그 선이 끊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어. 붙잡고 있는 너라는 점을 놓지 마. 너와 이어져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진 선들이 결국 너의 존재면 자체를 드러내게 될 거야. 내부로부터 바깥으로 말이야. 이불보를 갈아 끼울 때처럼, 너의 이면, 너의 속을 보는 일은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것은 네가 아니야. 그리고 보는 주체도 네가 아니야. 너는 이미 뒤집혀 벗겨진 상태일 테니, 네가 보는 것은 너의 외부가 아니라 너의 내부인 것이야. 온 세상이 너의 내부가 되는 셈이지. ‘너’라는 하나의 점으로 꽉 막혀있던 너는 그렇게 온 세계를 너의 내면으로 품을 수 있는 것이야. 그러니, 그런 면에서, 그 정도 선에서, 아니 그런 점에서…… 너의 그 점은 뽑는 게 좋겠구나.